Sat, June 22, 2024   
꼰대 목사의 잔소리

03/31/23       한준희 목사

꼰대 목사의 잔소리


얼마전 후배 목사님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나이 많은 내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과거 목회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과정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후배목사들에게 조금이나마 교훈이 되었으면 해서 해 준 말이었다. 그런데 듣고 있던 후배목사가 느닷없이 “목사님, 전 그런 것 고등학교 때 이미 터득하였습니다.” 목회를 하는 아버지의 어려움을 어려서부터 보았기에 그 정도 어려움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할 말이 없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강조하냐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배목사와 식사를 하면서 노회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노회란 이렇게 저렇게 해야 올바르게 갈 수 있다는 경험을 이야기해 준 것인데 후배목사가 나에게 “목사님, 점점 꼰대가 되어 가시는 것같네요” 참 충격적이었다. 충고해 주는 말조차도 의미없는 꼰대 목사의 말로 듣고 있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내가 이제 꼰대가 되었구나 하는 서글픔도 있지만 선배목사의 말, 아버지의 말,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는 세대가 아닌가 느껴지는 것같아 더 서글픔이 앞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젊은 시절, 나에게 목회의 경험담이나 방향을 가르쳐준 목사님이 있었던가 생각을 해 보았다.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안 난다. 가슴에 남아 있는 보물같은 교훈들이 내 가슴에 없다. 그럼 나에게 그런 목회 경험담을 해 준 목사가 없었단 말인가, 아니다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내 가슴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꼰대같은 이야기 하지 말라고 대 놓고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속으론 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들었다는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느껴진다. 나 역시 선배목사 이야기를 듣지 않고 지내왔으면서 이제 나이가 들어 충고하는 것을 듣지 않는 후배목사에게 뭐라 말을 해야 될까. 그래도 해 주어야 하나, 도둑질하는 아빠가 자식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하는 충고와 뭐가 다를까,

자식들도 일반이다. 자식들을 앉혀 놓고 아버지의 인생담을 이야기하면, 그 말을 귀중한 교훈으로 귀담아 듣는 자식이 몇이나 될까, 이상하게도 자식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 자식에게 이야기하다 열받지 않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도대체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 혹자는 말의 교훈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가 자식들에게 거슬림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말, 좋은 말이라도 권위를 가지고 교훈과 가르침으로 하면 자식들이 안 듣는다는 것이다. 상냥하게 부드럽게 이야기 형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말을 해야 그나마 듣는다는 것이다, 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뭔가 자식과 부모와의 대화, 선배와 후배와의 대화 사이에 뭔가 잘못됨이 있지 않은가 보여진다.

언젠가, 노회에 소속되어 있는 텍사스에 있는 교회에 장로장립을 하러 갔었다. 그때 그 장로가 한말이 기억난다. 이분이 태권도 사범으로 그 지역에 손꼽는 어른이시다, 말 한마디에 스페니쉬 청년들이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태권도 사범의 권위가 보인다.

내가 한마디 했다. “청년들이 장로님 말에 순종을 잘 하네요” 이 장로님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질서가 다 무너졌습니다. 지금은 돈 있는 놈이 스승 위에 있습니다.”

그렇다, 선후배 관계가 무너졌고, 스승과 제자 관계가 무너졌다. 더욱이 부모와 자식의 질서도 무너졌다. 바로 물질만능시대가 만들어낸 질서 파괴이다. 이 질서 파괴가 어른들의 말을 꼰대의 잔소리로 듣고 있다는 것이다. 

돈 있는 후배 목사의 목소리가 더 권위가 있고, 큰 교회 담임목사인 젊은 목사의 말이 더 권위가 있다. 돈이 일평생 목회해서 배운 수많은 경험보다 우선한다.   

목사는 성경 외에 어떤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성경 외에의 이야기를 했다가는 “목사같은 소리하고 있네” 듣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비웃는다. 그런데 목사라고 뭘 좀 안다고 성도들을 가르치려 들면 꼰대 목사라는 소리 듣는다, 그런 시대가 와있는데 아직도 선배라고, 스승이라고 부모라고 함부로 말하면 시대에 밀려나는 등신 목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목사회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젊은 목사들이 열심히 받아 적고, 동영상까지 촬영하고, 냉철한 질문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20여년전 내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내가 그렇게 질문하고 열심히 받아 적고 얻어진 지식으로 뭔가를 시도해 보고 성공도 실패도 해 보았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의 장단점이 뭔지, 목회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될지 감이 잡힌다. 이런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를 이야기해 주고 싶어도 꼰대 목사로 받아들이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20-30년 전에 겪었던 목회의 실패를 후배들이 똑같이 겪는다. 

자식들도 똑같다. 젊은 시절 내가 겪으면서 걸어왔던 길을 똑같이 걷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래 너희들도 당해보고, 경험해 보고, 실패해 봐라, 인생이란 것이 자기가 직접 체험해 봐야 알지 누가 말해 준다고 깨닫는 사람이 있으랴,

많은 후배목사들이 내가 걸었던 길을 뒤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내가 그렇게 자만했던 그 모습이 그들에게도 동일하게 비쳐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꼰대 목사는 오늘도 침묵한다, 침묵하기 힘들면 광야에서 나 홀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야겠다.

 

나의 모든 교훈을 멸시하며 나의 책망을 받지 아니하였은즉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잠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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