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보이는 세계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가시(可視)의 세계를 포함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란 마음의 세계, 정신의 세계, 영혼의 세계 등이 있다. 우리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마음, 정신, 영혼 등은 우리의 육신과 함께 하면서 인간을 인간되게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서로의 마음은 가장 중요하다. 사랑의 마음이 없는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여인이 있겠는가. 없다. 그러니 여인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마음을 열어 준 여인은 마음과 함께 온 몸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맡기게 된다. 연애에 자신이 없다면 연인의 마음을 먼저 잡아보길 권한다.
2015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현혹한 영화가 있다. 이런 영화가 포르노지, 영화냐? 하는 비판을 받은 영상물로 버젓이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란 영화다. 돈이 많은 젊은 부자 그레이에게 섹스토이처럼 농락당하는 여대생 인턴 아나스타샤와의 관계를 그린 영화다. 그레이는 돈으로 사랑을 사려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만나면서 그를 순수하게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육체만 탐한다.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육체만을 원하는 이런 관계니 결국은 파국으로 끝나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음으로 사랑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는 육체만의 섹스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 같기에 그렇다.
미국엔 유난히 나무들이 많다. 자연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울창하게 늘어서서 자라나는 가로수들에 녹아 있는 듯도 하다. 늘 길을 지나가며 지나치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나무들을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아니하는 뿌리들이다. 뿌리가 있기에 나무는 겨우내 지탱되며 여름엔 하늘 높이 가지를 펼치고 꽃과 잎을 피우게 하여 살아가게 한다.
인간의 마음과 영혼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마음 없는 인간은 없다. 산에 올라갈 때마다 보는 것은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끄떡없이 서 있지만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는 뿌리 채 뽑혀 나뒹구러져 있는 모습들이다. 순수와 영원을 사모하는 인간의 마음이 뿌리 깊은 나무에 해당되지 않을까.
인간의 영혼은 우주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살아생전에 유대인 성직자인 한 랍비가 그에게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우주와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우주의 일부 라며 죽음에 있어서도 육신은 죽어 사라지더라도 영혼은 미립자 에너지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 영혼은 우리 마음의 깊은 뿌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서 마음과 영혼은 상통하며 마음이 아플 때, 영혼도 아픔을 느끼고 함께 탄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즉 마음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는 하나임과 동시에 둘 일 수 있는 파동과 입자 같은 현상일 수도 있겠다. 우주와 닿아 있는 영혼과 마음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펼치어 진다.
장애우와 장애우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끌고 당기고 밀면서, 야산을 오르내리며 장애우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아픔에 조금은 동참할 수 있었든 것 같았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가진 장애는 육신의 장애일 뿐이지 마음의 장애가 절대 아님을 알았다. 마음의 장애인은 누구를 말할까.
부정, 미움, 사기, 질투, 모함, 멸시, 욕심, 불평 등등.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장애인이 아닐까.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 장애우의 달이다. 보이는 장애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 뿌리 같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가 선(善)과 악(惡)을 선택하게 한다. 마음과 정신과 영혼이 맑으면 육신도 깨끗하고 건강해 질 듯 싶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우리들을 향해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 권하신다. 온 우주를 감찰 하시며 우주의 생성을 주관하시고 지구의 온 생명을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그 넓고 깊은 아가페의 사랑에는 가까이 가지 못하더라도 흠모는 해야 하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깨끗하게 함이 그 흠모일 게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중 보이지 않는 세계가 훨씬 넓고 깊으며 큼을 알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끝이 없다. 그러나 조물주의 손길은 그 끝에도 가 닿아 있음에야 보이지 아니하는 영원의 세계를 사모하는 순수한 마음과 영혼으로 살아갈 때, 죽음 너머에 있는 찬란한 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 것이 참 신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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