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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음을 잘 해야 하는 이유

02/03/23       한준희 목사

끝맺음을 잘 해야 하는 이유


우리교회에서 집사로 권사로 임직을 받고 섬기다가 목사가 되신 분들이 10여명 된다. 다들 믿음도 좋고 봉사도 많이 했던 신실한 분들이다. 그런데 이분들 중에 우리교회를 떠나면서 좋지 않은 관계로 교회를 떠난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생각해 보면 왜 그분들이 담임목사인 나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고 떠났는지 그때 상황은 잘 기억에 없다. 다만 그분들의 마지막 언행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그분의 이름이 거론되면 마지막 나에게 한 악담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또 한분의 목사님도 역시 우리교회 장로 출신이다. 이분도 우리교회를 떠났다. 왜 떠나게 되었는지 기억에는 없다. 다만 마지막 떠나면서 아주 정중하게 나를 대접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말해주었기에 난 기도해주면서까지 잘 가서 목회 잘 하시라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이분의 이름이 거론되면 참 괜찮은 분, 좋은 분으로 여기고 다른 분들에게 긍정적인 분으로 소개한다.

이 분들 모두 우리교회 충성된 일꾼들이었다. 그런데 다 목사가 되어 떠났지만 누구는 부정적인 분으로 각인 되어 있고 누구는 참 좋으신 분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 누구는 부정적인 분, 누구는 긍정적인 분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져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까… 그것은 같이 있을 때의 공적보다 마지막 떠나면서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헤어졌는지에 따라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변호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고소 사건이 생기면 대부분 아주 친했던 사람을 고소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고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서로 친하게 지날 때는 허물없이 있는 말, 없는 말 다 들어 내놓고 말하기에 상대의 약점과 비밀을 너무 잘 안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과 비밀이 친했을 때는 두 사람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줄뿐 아니라 얼마든지 덮어주고 이해해주지만 서로 사이가 나빠지게 되면 이 비밀이나 약점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 비밀과 약점을 공격해버리고 나서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떠나가 버리는 사람은 그동안 가깝게 지냈던 좋은 이미지가 다 사라져 버리고 마지막 남긴 한마디가 그 사람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도록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함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헤어져야 하고 또 만나야 하고 헤어지면 만나는 이 인간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10년 20년 쌓아 논 우정을 단 하루 사이에 무너뜨리고 평생 나쁜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아 있게 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의 실패라고 밖에 뭐라 말을 하겠는가.

목회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많은 교인들이 우리교회를 떠나갔지만 마지막을 잘못하여 지금도 만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라 서로 피해야 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고, 만나면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 있는 것은 다 마지막을 잘못 장식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사람이 서로 가깝게 지내는 과정 속에서는 서로 잘못된 부분들을 보완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일단 서로의 관계가 끝나버리고 나면 그 잘못된 점들이 다 마지막에 그 사람의 이미지로 남아버린다는 것이다. 즉 용서하고 사랑하는 기회를 놓쳐버린다는 것이다, 이 말은 거꾸로 상대방에게 나를 이해시킬 기회를 상실해 버린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헤어지면 그만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까?  아니 그 사람이 아니라도 더 좋은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손쉽게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그 단절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교만이라는 것을 알면 아마 그렇게 쉽게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미숙함을 들어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보여진다.

이제 인생을 조금 살다 보니까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인생의 행복은 결국 사람과 사람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사귐, 교회 밖에서의 사회생활 속에서의 사귐, 그 외에 다른 단체에서의 사귐에 모든 매개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서로 용서하고 서로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주는 과정이 인생사 아니겠는가.  내 맘에 안 든다고, 나에게 막말을 했다고 관계를 끝내버리는 것은 내가 심판자가 되겠다는 사탄의 사주자가 된 것 아닌가 여겨진다.

인생 황혼에 와 있다면 이제는 마지막을 잘 해야 한다. 내 입은 침묵하고 남의 말을 들어주면서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여유, 할 수만 있다면 대접받기 보다는 섬겨 보려는 자세, 뒤에서 조용히 후배들을 위해 응원해 주고 박수 쳐주려는 마음, 그동안 마지막을 부정적으로 남기고 간 그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마음가짐,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슬며시 지갑을 열어 밥값이라도 내 주고 가는 너그러움.

그동안은 내 고집과 내 방법이라는 칼로 상대방을 잘라내어 내가 필요한 것만 내 곁에 둔 미련함을 버리고 이제는 마지막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주면서 내 곁을 떠났던 사람들의 아름다움만 기억하는 끝맺음이 모든 분들에게 기억되어지길 노력해 봐야겠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1서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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