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국 장신대원에 교환학생으로 잠깐 나가 있을 때 일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바삐 길을 가는데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묻는 거였습니다. ‘참 덕스럽게 생기셨다’ 와 ‘복이 많게 생기셨다’는 뉘앙스의 말도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지요” 라고 답을 하고는 뜸을 주지 않고 바로 “예수가 바로 ‘도’ 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분이 자기와 함께 어디를 좀 가서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말이 잘 통할 것 같다고. 저는 이미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도’에 대해 묻는 이들이 ‘대순진리회’ 사람들이라고 얼핏 들었기에 그 수법에 넘어 가지는 않을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없다고 잡는 팔을 뿌리치고 돌아서는데 이 분께서 한마디를 더 하셨습니다. 그게 제 마음을 상당히 아프게 했습니다.
“선생님, 그럼 빵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배가 고픕니다”
다시 돌아 그의 얼굴을 보니 참 측은해 보였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배가 고프다’는 것만은 진실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가게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건네 주고는 “저는 참된 ‘도’를 따르기에 기쁘고 행복합니다. 선생님도 참된 ‘도’를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는 가게로 향하던 순간, 빵과 우유를 사서 건네던 순간, 제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난 후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따르는 ‘도’에 대해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순진해서 전문적으로 ‘도’를 빙자해 빵과 우유를 얻어먹는 사람에게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은 후에 한동안은 성경 몇 구절을 메모지에 적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다시 누군가 나에게 ‘도’에 대해서 말을 건네면 성경을 펴서 읽어주고 전도하겠다고 말입니다.
그 때 메모지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닌 성경구절들이 이런 구절들입니다.
* 요한복음 14:6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여기, ‘길 (The way)’이 바로 다른 성경 구절들 에서 ‘도’라고 번역되는 헬라어가 사용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도’이심을 밝히셨습니다.
* 마태복음 22:16 “자기 제자들을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께 보내어 말하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진리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심이니이다” 물론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였지만 심지어는 바리새인들도 예수께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는 분으로 인정했습니다.
* 사도행전 9:2 “다메섹 여러 회당에 가져갈 공문을 청하니 이는 만일 그 도를 따르는 사람을 만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잡아오려 함이라”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그 도를 따르는 사람들 (The People of the Way)’ 라고 불렀습니다.
즉, 예수께서 참된 ‘도’이십니다. 그 분만이 참된 ‘도’를 가르치시고 보이셨습니다.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렇기에 참된 ‘도인’들 혹은 ‘도사’들입니다. ‘도사’들은 예수와 ‘일행’이 되어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분께서 걸으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요, 고난의 길이고 변두리를 향한 길입니다. 세상의 높은 곳을 향한 오르막길이 아니라 섬기고 희생하고 생명을 내어주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입니다. 이게 참된 ‘도’입니다.
도사님들, 어떻게 ‘도’를 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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