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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9월

09/02/22       김명욱목사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9월


9월3일. 가을에 들었다 해야 하나, 이미 입추(立秋)는 지난달 8월7일이었는데, 뉴욕은 계속 85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체감온도는 90도를 넘는 한여름 날씨가 계속된다. 입추가 지난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이렇게 덥다가 갑자기 날씨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환절기에 모두 감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이란 나라는 엄청 큰 나라다. 그래서 남쪽엔 겨울이 없고 가을이 겨울의 대체 계절이다. 그러나 북쪽에는 겨울이 있다. 겨울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런데 뉴욕은 봄 가을이 짧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요, 가을인가 싶으면 겨울로 접어든다. 그래도 비발디의 사계(四季)가 어우러지는 동네가 뉴욕이다.

4개월을 1분기로 친다면 9월은 일 년의 3분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새해가 됐다고 덕담을 주고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일 년의 3분의 2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 새해 목표를 세운 사람들은 지금까지 얼마나 그 목표에 도달해 있는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2022년, 많다면 많지만 금방 지나간다. 지나간 3분의 2의 세월, 점검하고 돌이켜 볼 때다.

 9월이 되면 생각나는 시(詩)들이 있다. 이해인수녀의 ‘9월의 기도’가 떠오른다.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다라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이해인 수녀는 가을하늘처럼 맑고 고운 마음으로 살아온 시인이다. 2008년에 암 선고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신앙으로 암을 극복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는 9월의 기도를 통해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을 모두 지워버리라 한다.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비상의 꿈을 품고 사랑이 더 깊어지는 9월을 맞이하라 한다. 그래, 우리의 마음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모두 지워버리고 꽃길을 거닐며 꿈을 쓰고 말하는 9월이 되도록 하면 너무 너무 좋겠다. 9월의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9월의 가을의 문턱. 또 생각나는 시가 있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지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로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 아버지가 목사였다. 그의 시는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신앙이 혼합된 독특한 시의 세계를 형상화 하고 있다는 평이다. 안타깝게도 고혈압으로 타계했다.

 김현승은 가을엔 오직 한 사람만을 택하여 사랑을 하면 어떠냐고 한다. 한 사람이라. 부부일 경우엔 남편이나 아내가 되어야겠지. 부부. 처음 만나 사랑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사랑을 더 깊이 하는 가을이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란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좋은 책들을 많이 보라는 권고인 듯 싶다.

또 하나의 시가 떠오른다. 조병화(1921-2003)시인의 ‘9월의 시’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 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조병화의 시가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진다. 9월에는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9월에는 한 사람을 택하여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9월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여 사랑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을 알게 하소서.

 9월, 가을의 문턱에서 들려오는 말씀이 하나 있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서 심령으로 낙을 누리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는 것이로다”(전도서2장24절).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지 않고는 사계절도 없고 가을의 기도도, 가을의 사랑도 있을 수 없지 않을까.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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