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 라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는 물론, 마을 전체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문구이다. 부모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말이리라. 육아를 하는 동안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거나, 가족처럼 임의로워서 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참 복된 일이다. 물론, 베이비 씨터나 놀이방, 어린이 집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육아부담을 덜 수는 있지만, 오롯이 부부만의 힘으로, 혹은 아내나 남편 혼자서 독박육아(배우자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어린아이를 기르는 일)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육아는 심히 버거운 노역이 되고 말 것이다.
두 아들을 키운 필자도 뉴욕으로 사역지를 옮겨오기 전까지 엄청나게 바쁜 엄마였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서 친정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엄마 역할은 물론, 당시 맡겨진 여러 사역들을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전업주부든, 직장 맘이든 구분 없이 육아는 고된 일이다. 오죽하면 <엄마 되기, 아프거나 미치거나(백소영)>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왔을까!
크리스천 부모에겐 또 하나의 큰 고민거리가 있다. 육아와 함께 해야 하는 신앙생활이다. 이것은 오르기 힘든 높은 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육아의 부담을 핑계 삼아 신앙생활을 뒤로 밀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나님으로부터 위탁 받은 어린 자녀를 그분의 뜻에 따라 잘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몸과 영혼(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육아를 하는 동안에도 건강한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육아와 신앙생활, 이 두 가지를 무난히(?)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전처럼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에 집중하기 어렵다. 갓난아기를 안고 유아실에서 예배 드리는 일도 쉽지 않다. 출석하는 교회에 영아부나 유아부가 있으면 아기와 함께 예배 드리거나, 아기와 분리되어 예배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들도 있으니 이 또한 제약이 될 수 있다. 집에서는 어떤가? 아기가 깨어있을 땐 아기에게 집중하느라, 아기가 잠든 동안에는 밀려있는 일들을 해내느라 분주하다. 경건의 시간(큐티)은 가질 엄두조차 못 낼 수도 있다.
출산 전에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부모라면 고민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면 고민은 자책으로, 자책은 죄책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 교회 공동체나 주변에서 부모의 믿음이 적다고 충고하거나 판단하는 일은 옳지 않다. 대신 그들의 형편을 잘 살펴서 그들이 낙심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기도로 돕고, 격려하고, 나아가 그들의 필요를 잘 살펴서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생명을 얻은 기쁨도 잠시, 산후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모들도 더러 있다. 그들에게 “좀 더 열심히 기도하면 괜찮아 질 거야.” 라고 단언하기보다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보라고 권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산모의 경우, 지금 처한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해서 마냥 주저앉아 있지 않아야 한다. 육아와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가족이나 교회 공동체, 이웃에게 알리고, 기도 요청을 하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상황과 심정을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그러면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때와 상황에 적절하게 돕는 손길을 보내주실 것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육아에 지친 부부의 휴식을 위하여 시간을 정하여 아이 돌봐주기, 쇼핑 리스트를 받아 장 봐주기,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정기적으로 심방하여 예배 드리고, 대화나누기 등이다. 요즘처럼 SNS를 통한 이웃들과의 교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알고 계신다. 율법적인 신앙생활이 아닌, 마음의 중심(동기)을 원하신다. 환경이 여의치 않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마음,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시간을 쪼개어 말씀을 읽거나 기도할 수 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찬양을 읊조리거나 마음 속으로 기도할 수 있다. 아이가 깨어 있는 동안에는 아기와 함께 찬양할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의미 있고 값진 주의 일이다. 하나님은 맡겨놓기만 하시고 방관하시는 분이 아니다.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신다. 양육의 과정은 자녀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양육 과정을 통해 부모도 함께 성장해 간다. 철이 난다. 이것이 우리를 부모 되게 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이다. 부모 됨의 특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약해지기 쉬운 무릎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어진 양육과정을 성실하게 달려가 보자.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시 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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