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신바람’이 있다. 신바람은 어떤 일에 흥이나 열성이 생겨 매우 좋아지는 기분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국어사전에는 ‘신이 나서 우쭐 하여 진 기운’을 말한다.
여러 해 전부터 하루 한 시간 걷기를 목표로 세우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형편이 안되면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렇게 공들여서 소중히 실천하고 나면 하루 몫을 마쳤다는 성취감이 올라와 뿌듯해지면서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것 같지만, 자신만이 느끼는 신비한 신바람을 경험한다. 막혔던 곳이 뚫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해냈군’ 하는 마음과 함께 스스로에게 우쭐해지는, 신바람을 느낀다.
걷다 보면, 살아가느라 뭉쳐져 있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흔들리면서 정화작업을 한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하는 날 선 생각들이 “사느라 힘들면 그럴 수도 있지, 피곤해서 그랬구나.”하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신경물질들은 즐거움, 활력, 만족,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한다. 마음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에 신바람이 나면, 몸도 같이 신바람이 나는 것이다.
습관은 자신이 만들어 익숙해지는 것이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자신 만들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유명한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익숙한 습관은 때때로 소중함을 무뎌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를 낯설게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상이 되어버린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 습관 속에는 나만의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한시간 운동은 그런 스스로를 조금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조금만 낯설게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의 일상적인 행동들이 자신에게 디딤돌이 되는 관습인지, 삶에 걸림돌이 되는 습관인지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쓸 수 있는 지혜도 생기게 해준다. 그리고 좀 더뎌도,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쉬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방향이 바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과 자연의 싸움이고,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며, 마지막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우리의 삶은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순간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결국 적을 만들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자신과의 싸움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게 하는 것은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거룩한 습관이다. 자신을 세우는 올바른 습관의 변화는 자신과의 투쟁의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 에드거 알렌 포는 ‘스스로 확신한다면 남의 확신을 구하지 않는다” 라고 했나 보다. 확신은 자기 존중에서 나온다. 자신과 약속한 작은 습관이 자신을 존중하는 힘을 만들고, 확신에 찬 소신과 믿음,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따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 확신은 이렇게 자신과의 작은 약속의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여름의 출발점에 서 있다. 여름은 어김없이 찾아와 초록을 싱그럽게 하기도 하고, 장마와 더위로 지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름은 우리들의 변덕스러운 마음과 많이 닮아 있다.
오늘도 삶에 지친 자신을 달래며 땅을 밟는다. 삶의 계절을 신바람 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을 세워가는 습관인 것을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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