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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세례, 그리고 그 이후  

06/12/22       이계자

유아세례, 그리고 그 이후  


‘유아세례식’이 있는 주일은 확실히 다르다. 평소 주일에는 잘 보이지 않던 아빠들도 그 날 만큼은 교회에 온다. 꽃 단장을 한 채 비몽사몽 잠이 든 아기는 아빠 품에 안겨 예배당 안으로 들어 온다. 앞자리에 마련되어 있는 지정석에 앉는 순간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긴장되기 시작한다. 정작 유아세례를 받는 아기들은 그 날이 무슨 날인지,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모른다. 그래서 집례 하는 목사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도 하며, 목사님의 물기 있는 손이 자신의 정수리에 얹어질 때는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유아세례를 인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교파들이 많지만, 침례교와 재 세례파의 경우는 인정하지 않는다. 세례란, 본인의 신앙고백을 전제로 하는 것 이기에 아직 어려서 신앙고백을 할 수 없는 유아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대신 유아세례와는 조금 다른 헌아식(Baby Dedication)을 갖는다. 헌아식은 아기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교회에 나왔을 때 하는 예식으로 “이 아기를 하나님께 바칩니다. 하나님과 한 몸, 한 교회된 공동체 앞에서 자녀를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따라 양육하겠습니다.” 라는 부모의 서약과 함께 성도들도 아이의  양육에 협력 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유아세례나 헌아식은 형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두 예식이 의도하는 바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만 2세 미만의 유아(영아)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은 아이의 신앙고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은혜언약에 근거한 것이다. 노르만 E. 하퍼는 그의 책 <현대기독교교육(Making Disciples)>에서 은혜언약(The Covenant of Grace)이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으로 창세기 17장 7절 – 9절 에서 가장 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보았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내가 너와 네 후손에게 네가 거류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온 땅을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하나님이 또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지키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지키라.” 

은혜언약의 당사자는 부모이고, 어린 자녀는 은혜언약의 참여자(a member of the covenant)가 되는 것이다. 부모의 신앙을 담보로 하여 유아세례를 받는 것이기에 성인세례의 의미와는 다르다. 구원이 상속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약속(은혜언약)만이 상속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여 스스로 신앙고백을 함으로 언약의 당사자가 될 때까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신앙교육을 잘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헌아식에 임하는 부모에게 요구되는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래봬도 내가 모태신앙인 입니다!”  “저도 유아세례 받은 사람이에요!”

 

유아세례를 베풀기 전 집례자는부모에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부모는 이에 답해야 한다(한국 예장 합동 유아세례 문답집 참고). 

① 그대는 이 아이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는 은혜의 필요를 인식하십니까?

② 그대는 이 아이를 위하여 하나님의 언약의 허락을 앙모하며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진력하는 것과 같이 이 아이도 주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함으로 구원 얻을 줄 믿으십니까?

③ 그대는 지금 완전히 이 아이를 하나님께 바치며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친히 경건한 본분을 이 아이에게 보이기를 진력하며 이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며, 이 아이와 함께 기도하며 우리 거룩한 종교의 도리를 가르치며 하나님의 지시하신 모든 기관에서 전력하여 이 아이를 주의 양육과 교훈에서 자라게 하기를 서약하십니까?  

최근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교단이 예배모범을 변경했다. 기존의 유아세례의 나이 한계를 만2세 미만에서 만 6세까지로 확대 하였고, 입교(만 14세)를 하기 전까지의 어린이들(만3세부터 13세까지)을 위한 ‘어린이 세례’를 주기로 한 것이다. 과거 규정대로라면 신앙고백이 가능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이 세례의 축복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므로 예장합동교단은 어린이들에게 기독교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축복하신 점, 온 가족이 세례를 받는 장면, 과거 교부들이 어린이 세례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도 세례를 베풀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 연령의 자녀들이 세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기독신문, 1.30. 2020).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래봬도 내가 모태신앙인 입니다!” “저도 유아세례 받은 사람이에요!” 모태신앙은 귀한 것이다. 유아세례를 받은 것도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now)’ 이 중요하다. 모태신앙과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지금 믿음의 길에서 떠나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아세례를 그저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남기기’와 같은 1회성 행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꽃 단장을 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믿음과 삶이 열 배, 백 배 더 중요하다.   

유아세례를 받은 이후 자녀가 성장하여 스스로 신앙고백을 하고 입교(Confirmation)할 때 까지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고, 교회는 부모들이 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어린 자녀들도 교회 공동체의 일원임을 기억하자. 하지만 하나님께는 손자(손녀)가 없다. 오직 아들과 딸만 있다. 부모의 믿음으로 자녀가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가정에 맡겨주신 자녀가 은혜언약의 당사자로 그리스도 앞에 우뚝 설 때까지 신앙의 본을 보이고, 말씀을 가르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자.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 하고(행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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