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안에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안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안에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이 이야기는 가수 겸 작곡가(Singer - Songwriter)이며 침례교 목사인 하덕규가 만든 ‘가시나무’라는 곡의 가사인데 구구절절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 큰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 마음도 여러 가지 감정으로 소용돌이 칠 때가 있다. 어떨 땐 구원의 확신으로 인한 기쁨과 천국 소망이 넘쳐 성령 충만한 것 같다가 또 어떨 땐, 땅이 꺼지듯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낙심과 불안,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떨 땐 인내와 헌신으로 사명감이 투철한 예수님의 제자처럼 보이지만 또 어떨 땐, 수시로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헐크(괴물)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일에는 밤을 새워가며 몰두하지만 또 어떤 일에는, 강 건너 불 보듯 무관심과 방치로 일관한다. 사도 바울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갈등을 고백하며 다음과 같이 애통하지 않았던가!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 잡는 것을 보는 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7:22-24).”
어느 것이 나의 진실된 감정일까? 나는 성령 충만한 사람인가? 아니면, 육체를 따라 사는 시원찮은 그리스도인인가? 분명 나는 한 사람인데 내 마음은 도대체 몇 개인 걸까? 혼란스러 울 때가 있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부교수인 리처드 슈월츠(Dr. Richard C. Schwarts)는 우리의 마음을 하나의 개체로 보지 않고 여러 종류의 파트들(parts, 소 인격체들)이 모여 ‘가족 같은 체계(시스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뇌 신경학자들 역시 인간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독립적인 신경연결체계, 혹은 자율적인 기능체계들로 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자 독특한 역할과 경험을 한다고 했다. 이렇듯 뇌의 내부에는 서로 다른 마음들이 사회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슈월츠는 우리(나)의 마음 안에서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파트들이 있고, 파트와는 다른 진정한 나 자신, 나의 영혼, 파트를 바라보는 주체인 참 자아(Self)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파트들에게 각각 유배자(exiles), 관리자(managers), 소방관(firefighters)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파트들은 인생의 작은 경험 – 놀랐거나, 상처를 받았거나, 행복했거나, 슬펐거나 등 - 을 통해 만들어지며, 나이가 들수록 파트들은 많아지고, 한 번 만들어진 파트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파트들은 우리(나)의 내면의 가족들로 그 중에 나쁜 것은 없는데 그 이유는, 모두 우리(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그가 말한 참 자아(Self)는 자신의 내면 시스템을 잘 알고 파트들을 돌보며 지도할 수 있는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는 내면가족시스템치료(IFST)의 핵심주체이다. 파트들처럼 인생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본래부터 존재해 온 것이다. 성경적으로 해석하자면, ‘태초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나’ 로서 내면 시스템의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 내 마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극단화 된 파트가 참 자아를 가리고 자기가 지도자가 되어 내면 시스템을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면가족시스템치료는 극단화된 파트를 참 자아가 돌보면서 내면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도록 돕는 것이다. 슈월츠는 자신이 개발한 이 모델에 ‘내면가족체계치료(Internal Family Systems Therapy - IFST)’ 라는 이름을 붙였다.
심리학을 비 성경적인 학문으로만 생각하여 관심을 두지 않거나 심지어 적대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반은총의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신학)에 기반을 두고 심리학을 접목해 온 신실한 학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신학과 심리학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삶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전부 영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우다 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내 마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예수님의 보혈로 구원받은 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살아 갈 가치가 있는 나 - 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하고는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가족들, 지체들, 주변 이웃들에 대해 새로운 이해의 눈을 뜨게 되었다. 그들 역시 하나님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이해해 주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그러고 보니 내면(마음)의 이해를 통한 자기 성찰은 영적 리더들은 물론,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겔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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