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게 되어 있다. 겉 모습도 늙어가고, 모든 기능들도 약해진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문제는 어떻게 늙어가느냐 하는 거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요즘 사회에서는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 성공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은 어떻게 늙어가는 것일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노년기를 맞이하고 누리며 살아가면 성공적인 노화일까? 심리사회발달학자로 알려진 에릭 에릭슨은 <아동기와 사회>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의 생애를 여덟 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마다 이루어야 할 과업과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얻게 될 부정적 결과에 대해 말하였다. 그는 마지막 단계인 8단계를 ‘노년기(65세 이후)’라고 이름 짓고, 이 시기에 이루어야 할 과업은 ‘자아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노년기는 인생의 황혼기로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평가해 보는 시간인데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면 –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원만한 편이었다면 - ‘자아통합’이 이루어져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지혜를 얻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분노하고, 좌절하며, 증오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됨으로써 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아 통합 아니면 절망’이라는 대조적인 두 결과는 노년기에 마주하게 될 자신의 인생 성적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맞이할 수 있는 성공적인 노화’는 어떤 것일까? 머지 않아 영생복락이 약속된 하나님 나라(천국)에 갈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 사는 것일까?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땅에서의 희망도 있다. 고린도후서 4장 16절이 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비록 육신(겉 사람)은 쭈글쭈글 늙어가더라도 내면(속 사람)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말씀이다. 내면이 새로워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내면의 성숙’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어린 아기로 태어나서 노년이 될 때까지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터득하고 경험한 수 많은 일들, 그것을 통해 깨닫게 된 하나님의 뜻과 그것을 이루어 가는 삶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한 평생 맡겨진 일에 열심을 다 해 온 자신을 격려하는 일,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이런 일 저런 일로 얽히고 설켜있던 가족이나 타인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용서하고, 불화의 매듭들을 풀어내는 일, 머지 않아 돌아가게 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믿음의 그릇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 ‘내면의 성숙’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노년기를 준비하고 맞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다. 그런데 준비 없이 노년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건강한 노년기, 성공적인 노화를 이루는 일은 노년기에 들어서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에릭슨의 이론에 의하면, 인생이라는 큰 그림은 1단계부터 8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완성되는 것 이지만, 건강한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단계인 중년기(40-65세)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중년기의 발달과업은 ‘개인의 인격적 성숙’을 이룸으로써 자녀를 포함한 다음 세대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며, 생산성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침체와 권태를 느끼게 되고, 대인관계가 더욱 힘들게 된다. 중년기도 노년기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중년기는 아직도 생활전선에서 활동하는 나이다 보니 노년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할 수 있다.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간다. 성공적인 노화는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을 살아가고 있는가? 늦기 전에 다가 올 노년기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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