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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과 환경보호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다 부모의 사역지를 따라 뉴욕으로 와 공부하게 된 필자의 두 아들은 초기에 뉴욕 생활에 적응하면서 혼란스러워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영어로만 공부해야 하는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겠지만 한국에서 살 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생활 습관과 다른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 재활용품 사용에 관한 –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들어간 작은 아들(A)이 학교에서 주는 점심(급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간간이 점심 도시락을 싸 주었다. 하루는 1회용품같이 보이지만 한참은 더 쓸 수 있는 그릇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가방에 넣어주면서 “A야, 점심 맛있게 먹고 이 그릇은 다시 가져와야 해. 더 쓸 수 있으니까. 알았지!” 학교 수업이 끝날 즈음, A를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일과를 마치는 종이 울리고 담임 교사를 따라 출입문 밖으로 나온 A는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와 닭 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두 눈을 껌뻑거렸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달래주며 자초지종을 물으니 아침에 엄마가 싸준 그릇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했고, 학교에 머무는 동안에는 할 수 없이 그 감정을 꾹꾹 누르며 참았는데 엄마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사연인 즉, 점심 시간에 카페테리아(식당)에 가서 같은 반에 있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친구(B)’옆에서 점심을 먹고 도시락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B가 “A! 그거 버려! 버려야 해!” 라고 했단다. 하지만 A는 아침에 ‘빈 도시락을 다시 챙겨오라’는 엄마의 당부가 있었기에 B의 말을 듣지 않고 다시 가방에 넣으려 했고, 그 때 B가 재빠르게 A의 손에 들려 있던 도시락을 빼앗아 쓰레기 통에 넣었다고 한다. 두 아이가 옥신각신 하고 있는 것을 본 런치 에이드(카페테리아의 질서를 담당하는 사람)는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영어를 못하는 A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B는 “얘가 런치 그릇을 버려야 하는데 안 버려서 내가 대신 버렸다.” 고 말하였고, 이야기를 들은 런치 에이드는 A에게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다고 한다. 이쯤에서 끝났어도 소심한 성격의 A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교실로 돌아온 후, B는 카페테리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담임 교사에게 일렀고, 이야기를 들은 담임 교사로부터 “그런 그릇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게 되어 한번 더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 미국과는 달리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나라다. 땅 덩어리는 작고, 나무는 많지 않고, 자동차는 많고, 그래서 공기가 좋지 않은…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를 위해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었다. 하지만 뉴욕에
온 후, 가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1회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었고, 재활용해야 할 물병들이나 물건들도 – 번거롭다는 이유로 – 하나의 쓰레기 통에 같이 버려지는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 평소 주일 예배 후에 이어지는 친교시간을 비롯하여 시시때때로 열리는 각종 행사들에 참석해 보면 식사 순서가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버려지는 1회용품들과 재활용품(물병)들, 접시에 담긴 채 버려지는 음식들… 그뿐 아니다. 행사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실내를 꾸미다 보니 사용하게 되는 1회용의 각종 멋진(?) 장식물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괜찮지 않을까요? 무슨 대책이 있겠지요” “위생적인 생활이 더 중요하니까 1회용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요.” “행사가 있어도 나와서 일할 사람이 없는데 손 쉽게 행사를 치르려면 1회용품을 쓸 수 밖에 없다니까요!” “우리가 무슨 재활용품에 쓰레기 걱정까지 해요? 정부가 다 알아서 해결할 일이죠!”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재활용품을 분리해서 버리자고 한마디라도 더 하려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정말 미국은 1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폐기로부터 안전한 나라일까? 전 세계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약 65%를 수입해 온 중국이 올해부터 자국의 환경오염을 이유로 하여 여러 나라로부터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했다. 중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해 온 나라들마다 쓰레기 대란을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처치 곤란한 쓰레기를 잘(?) 수입해 주다가 전면 금지를 선언한 중국만이 문제일까?
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인구는 세계 총 인구의 5% 밖에 안 되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전 세계 쓰레기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매년 100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또한 지금 세계 최대의 쓰레기 배출국인 미국에 살면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국(EPA)에 의하면, 2013년 미국은 2억 5400만톤의 쓰레기를 배출했으나 이중 35%인 8700 톤만 재활용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뉴욕 주는 2017년 2월 뉴욕시의 일회용 비닐 및 종이 봉투를 장당 5센트로 유료화하는 정 책을 추진했으나 시행을 연기했었다. 그러나 주 의회와 상원을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이 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좀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장을 보러 갈 때 헝겊이나 커다란 비닐 가방을 준비하면 비닐 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며, 커피와 음료수 컵, 그리고 빨대를 조금씩 덜 사용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 하나 실천한다고 뭐 대단한 도움이 되겠어?” 라는 생각 대신 “나 하나라도 힘을 보태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 될 거야.” 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천지만물(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에게 이 세상을 아름답게 관리하고 보호할 책임을 주셨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감수하고 매일의 생활 속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절제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쓰레기처리 걱정 덜 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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