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May 20, 2024   
미완성의 끝자락

09/22/23       한준희 목사

미완성의 끝자락


만 10년 전,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 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였다. 이륙도 완벽했지만 10시간 비행도 매우 순조로웠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마지막 착륙을 시도한 비행기는 관제탑으로부터 고도가 낮다는 신호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 경고등, 경고음까지 요란하게 울렸으나 비행조종사의 판단 실수로 공항 활주로 방파제에 충동하면서 309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착륙에 실패한 것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이륙과 비행 그리고 착륙 과정이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어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어려움을 겪는 비행기도 있고, 어떤 비행기는 비행 중에 여러 가지  영향을 받아 비행이 순조롭지 못한 비행을 하다 회항하는 비행기도 있고, 어떤 비행기는 착륙에서 실패하는 비행기도 있다. 

인생의 과정도 비슷하다. 태어나면서 귀족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순항을 하는 인생도 있고,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난과 병마와 싸우면서 가는 인생도 있다. 물론 보편적으로 정상적인 가정에서 정상적인 여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분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 착륙을 해야만 한다, 

제각기 인생을 새옹지마라 했나, 엎치락뒤치락 망했든 흥했든 모든 인생여정에 끝자락을 어떻게 착륙하느냐에 따라 평가 되어진다는 것이다.

목회도 이와 같다, 시작은 미미했고 어려움 속에서 목회가 시작되었는데 가면 갈수록 창대해져서 엄청난 교회로 성장시킨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교회는 시작은 창창했는데 시름시름 목회가 시들어 가는 분도 있다, 어쨌든 큰 교회 목회를 하던 작은 교회 목회를 하던 목사는 목회라는 여정을 지나 은퇴라는 종착역으로 간다.

목사로 사는 과정도 비슷하다. 군소신학에서 신학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목사가 있는가 하면 한국의 명문 신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신학교에서 공부하여 목사가 된 분들도 있다. 목사로서 시작은 미미하고 초라했지만 목회를 성공적으로 이룬 목사도 있고 최고의 명문 신학과 교단에서 목사가 되었는데도 목회조차 제대로 못하고 무임목사로 여생을 보내는 분도 있다.

뭐가 옳은 것이고 뭐가 틀렸는가를 따지기 전에 이들 모두 은퇴라는 종착역으로 집결된다는 것이다. 다 손을 놓고 노년을 보내야 하는 마지막 인생 여정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목사님 한 분은 40년 목회를 마치고 한국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분이 계신다. 언젠가 만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지만 한마디로 은퇴 후에 너무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아직 일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기에 일주일에 3번 나와 택시기사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분의 목사님은 가끔 대형 마트나 대형 옷가게에서 뵌 적이 있는데 이 분은 시간이 많아서 인지 늘 거리를 배회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신 것을 본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으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노년에 건강해야 한다고 매일 하루에 3-4시간을 걷고 계시는 분도 있고 또 교계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여러 일을 감당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어쨌든 노년을 그렇게 저렇게 보내는 분들이 참 많다.

그런데 뭔가 좀 초라한 것같다. 평균 40여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보라, 너무 초라해 보이지 않는가, 그토록 오랜 세월 목회를 하면서 외쳤던 설교가 얼마나 많은가, 주옥같은 설교들이 40여년을 쌓아 놓았으니 그 파워가 얼마나 대단할까, 40여 년 설교에 엑기스가 한편의 설교로 나올 수 있는 그런 파워가 있는 분들 아닌가, 그뿐인가 40-50년 목회를 하였으니 그분들의 인격은 가히 걸어 다니는 예수 향기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노하우를 지니신 분들이 잘 이륙하고 잘 비행하여 40-50년을 달려왔건만 마지막 은퇴 후에 할 일이 없어 마지막을 불시착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다. 고작 할 일이 없어 공원을 배회하려고 40여 년을 목회해 왔던가, 목사로 살았던 것이 목회만 하는 인간기계였단 말인가, 그 이유가 바로 세상적 기준으로 목사를 규정해 버린 탓이 아닐까 보여진다.  은퇴는 마지막이 아니다. 40여년 목회를 했던 목회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인격의 싸움이다. 복음을 설교로 전했던 젊은 시절의 목회자가 아니라 이제는 삶 속에서 지금까지 설교했던 설교자의 인격을 들어내는 삶이 마지막 목회자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바로 그 인격으로 복음을 전하는 복음의 강력한 무기들이 은퇴 목사님들이다,

그런데 그 인격도 목회자도 그 지도력도 없다. 은퇴했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는 분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그렇게 끝난 것으로 계시면 좋으련만 은퇴 후에도 후배목사들에게 꼰대 역할을 한다. 그냥 듣고 넘어갈 수 있는 말 한마디 가지고 언성을 높이고 권위를 내세운다. 말하지 않고도 예수의 모습을 반사시킬 수 있는 분들이 예수는 안보이고 노욕에 잡힌 고집으로 산다. 그래서일까 이 시대에 사표(師表)가 없다. 사표가 없으니 교계가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가 다 와서 착륙을 시도해야 할 시간에 착륙할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는 목회의 엑기스를 불을 토하듯 복음의 불모지로 가서 남은 인생 활활 불태워서 하늘나라로 순조롭게 착륙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대체 노년에 명예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말년에 여자가 뭐가 그렇게 필요한가, 오직 예수 전하는 일에 전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목회를 정상적으로 착륙시킬 인생에 끝자락 아닐까,    

어차피 인생도 미완성이고 목회도 미완성이다. 그러나 미완성의 끝자락이라도 예수 한분 올바로 전하고 착륙해야 진정한 목회자의 말년이 아닐는지…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딤후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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